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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 심장으로 씩씩하게 자라렴”… 장기기증 서신 교류 허용

작성일 2021.12.29

기증원 ‘희망우체통’ 2022년 운영

장기 매매·금전요구 부작용 우려
그간 기증가족·수혜자 교류 막아

법 개정으로 제한적 소통 길 열려
개인정보 제외 이메일 교류 허용
대형병원 9곳 시범운영 뒤 확대
“숭고한 나눔 기억될 수 있을 것” 


 

사진=게티이미지뱅크

 

“무슨 계절을 가장 좋아하는지, 잘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…. 모든 게 궁금해지네. 그동안 많이 아팠을 네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걸 상상하니 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구나. 정민이를 대신해 멋지게 자라 세상의 빛이 되어줘서 고마워. 아가야, 너는 부모님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기쁨 그 자체야. 이 말 잊지 말고 어디서든 당당하고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.”

본인을 ‘정민이 엄마’로 소개한 이모씨가 몇달 전 한국장기조직기증원(기증원)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 중 일부다. 이씨의 아들 정민이는 뇌사 추정 상태로 3개월간 연명치료를 이어오다 지난해 9월 다른 아이 3명에게 심장과 폐 등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. 고작 생후 12개월이었다. 이씨는 “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왔다”면서도 “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용기를 내어 봤다”고 적었다.

장기를 기증받은 아이의 부모에게 전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. 그는 “그간 얼마나 힘드셨나. 그 심정을 알기 때문에 가슴이 더 아려온다”면서도 “힘듦도 결국엔 끝이 보인다. 이제는 마음 놓고 아름다운 꽃길만 걸으시길 간절히 바란다”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. “이렇게라도 이어지게 된 인연에 감사드리며, 저희 정민이를 꼭 기억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. 한마디의 짧은 말이라도 기증자 가족에게는 큰 힘이 됨을 부디 잊지 말아 주세요.”

이씨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 편지는 현재 ‘수취인 불명’ 상태다. 현행법은 장기 기증자 측과 수혜자 측의 교류를 제한하기 때문이다. 기증자와 수혜자는 서로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어 많은 이들이 기증원 홈페이지에 ‘전체공개’로 닿을지 모르는 편지를 쓴다. 하지만 새해부터는 이들이 온라인으로 서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.

기증원은 내년 1월3일부터 기증자 유가족과 장기 이식 수혜자 사이에 익명으로 이메일을 교환하는 온라인 서신교환 프로그램 ‘생명나눔 희망우체통’을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.

장기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국내 최초다. 그동안 국내에선 장기매매와 금전 요구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 간의 연락과 만남을 일절 금지했다. 이 때문에 유가족은 수혜자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도 알 수 없었고, 수혜자는 유가족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.

하지만 지난 2일 ‘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’(일명 ‘장기기증사랑 인연맺기법’)이 통과되며 제한적으로나마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.

기증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에서 개발한 서신교환 사이트를 참고해 서신 교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.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는 기증원 홈페이지 내 ‘희망우체통’ 코너를 통해 이메일을 교환할 수 있다. 다만 금전 요구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메일에 이름이나 생년월일, 주소, 기증·이식 병원명 등 개인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담을 수 없다. 기증원은 이메일을 받은 뒤 개인 정보 등이 있는지 살펴본 후 메일을 전달할 방침이다.

사진=게티이미지뱅크

우선 장기이식이 활발히 이뤄지는 병원 9곳(계명대병원·삼성서울병원·서울대병원·양산부산대병원·연세대세브란스병원·은평성모병원·이대서울병원·인하대병원·충남대병원)에서 1년간 시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. 기증원은 이후 프로그램을 보완·개선해 2023년에는 전국 병원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.

문인성 장기조직기증원장은 “희망우체통은 선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프로그램”이라며 “기증자의 숭고한 나눔이 잊히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, 또 수혜자는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희망우체통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확대해 가겠다”고 밝혔다.


장한서 기자 jhs@segye.co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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